50대가 되니, 하루가 더 길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자라서 손이 덜 가고, 가족을 위해 바쁘게 달려왔던 시간들이 어느 순간 멈춰선 듯 조용해졌습니다.
내가 뭘 좋아했는지, 내가 누구였는지를 떠올려보려 했지만
너무 오래 나를 잊고 살았던 탓에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그렇게 멍하니 앉아있던 어느 날, 책장에 꽂혀 있던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오래전 선물 받았던 책이었습니다.
그날 처음으로 아주 천천히, 조용히 한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알게 됐습니다.
책이 내 삶에 다시 숨을 불어넣기 시작했다는 걸.
독서가 내게 가져온 다섯 가지 변화
책을 읽는다고 삶이 갑자기 변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조금씩, 분명하게, 나의 내면은 바뀌었습니다.
1. 머릿속이 맑아졌다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보고 TV를 틀어놓고 살던 머리는 언제나 무거웠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생각의 흐름이 정돈되기 시작했습니다.
단어 하나하나를 따라가다 보면 무분별한 정보가 아닌, 깊이 있는 사고가 쌓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2. 감정이 다스려졌다
책을 읽다 보면, 나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전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을 이해하게 되기도 합니다.
분노, 외로움, 후회, 슬픔 같은 감정들이
책 속 인물과의 공감으로 가라앉기 시작했습니다.
책은 때로 심리상담보다 더 따뜻한 위로가 되기도 했습니다.
3. 나를 다시 존중하게 되었다
50대는 누구나 “나는 지금 어떤 사람인가?”를 되묻는 시기입니다.
책을 통해 ‘생각하는 나’를 만나면서
나는 단순히 엄마, 아내, 딸이 아닌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서 나 자신을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작가가 던진 한 문장,
“누구도 당신을 완전히 정의할 수 없다”는 말을 읽고,
그날 나는 스스로를 더 따뜻하게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4. 관계가 달라졌다
책을 읽기 전엔 말이 없던 내가
책 속 한 구절을 가족에게 건네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이런 글을 읽었는데 참 좋더라.”
“이 작가가 말하길, 분노는 두 번째 감정이라더라.”
서로 이야기하는 내용이 달라졌습니다.
가십이 아니라 삶에 대한 대화가 시작된 거죠.
책은 단지 나만을 바꾸는 게 아니라
나를 통해 주변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었습니다.
5. 다시 ‘꿈’을 꾸게 되었다
가장 놀라운 변화는
책을 읽다 보니 다시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는 겁니다.
“나도 짧은 글을 써보고 싶다.”
“이 작가처럼 내 경험을 기록해보면 어떨까?”
“책을 읽고 요약하는 블로그를 해볼까?”
나이 들수록 줄어든다고 생각했던 욕망과 의욕이
책을 통해 다시 살아났습니다.
그건 참 따뜻하고 생생한 느낌이었습니다.
50대에 읽기 좋은 책, 이렇게 고릅니다
처음 책을 다시 읽기로 마음먹었을 때, 너무 어려운 책은 부담이 컸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골랐습니다.
- 1. 짧은 챕터, 짧은 문장
→ 하루 10분만 읽어도 한 꼭지가 끝나는 책이 좋습니다. - 2. ‘나이 듦’을 다룬 책
→ 나와 비슷한 시기를 겪는 작가의 글은 공감이 깊습니다.
예: 《나이 든 부모와 잘 지내는 법》, 《서른 넘어 책 읽는 법》 - 3. 수필이나 에세이부터 시작
→ 이문열, 유시민, 은희경, 김애란 작가 등
문장이 부드럽고 부담 없이 읽히는 글이 좋습니다. - 4. 실용서도 좋지만, 감성서가 더 오래 남습니다
→ ‘어떻게’보다는 ‘왜’를 다루는 책이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데 더 깊은 여운을 줍니다.
책은 늦게 읽어도 늦지 않습니다
한때 “책은 젊을 때 많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말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50대 이후의 독서가 훨씬 깊고 단단합니다.
지금은 책 한 줄이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삶의 조각이 되어 가슴에 남기 때문입니다.
마무리하며 – 독서가 나를 다시 태어나게 하다
책은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수많은 인생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인생은 내 삶에 말을 걸어옵니다.
이제 나는 매일 아침 책을 읽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복잡해도,
책 한 권 펼치면 다시 나에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50대에 독서를 시작한 건
늦은 선택이 아니라,
가장 필요한 순간에 가장 정확한 선택이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오늘,
책장 속 한 권을 꺼내어 조용히 펼쳐보시길 바랍니다.
그 안에는 잊고 있던 당신이 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